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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6-21 18:02
조선일보 과거를 잊지 마세요...
 글쓴이 : 사림동 (123.♡.12.100)
조회 : 1,367  
조선일보 2008년 5월 24일자 사설
ⓒ 민중의소리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냈던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가 뉴스전문케이블방송인 YTN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언론장악' 음모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언론장악 음모라고 바라보는 측에서는 KBS에 대한 특별감사나 정연주 사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수사 방침도 곧 KBS를 길들이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수언론은 연일 KBS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참여정부 초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보여준 태도와 지금의 태도가 180도 다르다는 점에서 이중잣대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 연일 KBS 질타하는 조선일보 = 특히, 조선일보는 촛불집회가 격화되기 시작한 5월 말부터 6월 12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친 사설을 통해 KBS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24일자 "정연주 사장의 KBS는 이제 떼거리밖에 쓸 게 없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KBS가 특별감사를 받지 못하겠다며 행정심판을 신청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KBS는 정연주 사장이 부임하기 전만 해도 매년 수백 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그러던 KBS가 정연주 사장 부임 다음해인 2004년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면서 "정 사장 재임 5년 동안 누적(累積) 적자가 1500억원이나 된다. 그러면서 적자가 난다며 끊임없이 시청료 인상 캠페인을 벌여 왔다. 이것만으로도 KBS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008년 6월 19일자 A6면
ⓒ 민중의소리
조선일보는 5월 30일자 사설에선 KBS 이사회가 만든 경영평가 보고서에 대한 외부 평가위원들의 반발을 다룬 KBS 9시뉴스를 대놓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KBS는 국민들 돈으로 사장과 직원의 월급을 주고, 그 돈으로 사장 승용차 기사의 월급을 주고, 그 돈으로 휘발유를 사 넣고, 그 돈으로 수억 원씩 하는 방송 기자재를 사들이고, 그 돈으로 전기료를 내고, 그 돈으로 호화판 해외 로케이션을 하며 촬영기를 돌리는 회사"라면서 "KBS는 정연주 왕과 정연주 가신(家臣)들의 사유물(私有物)이란 말인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100% 정부 출자로 설립된 공영방송 KBS가 전파를 국민을 위하여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종사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한 무기로 사용하거나, 스스로의 과오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라는 김호영 전 KBS교육국장의 글을 'OPINION'란에 게재하면서 내부에서도 정사장 체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정권의 언론장악음모를 막자고 KBS 앞에서 촛불을 밝힌 것을 두고도 "광우병 대책회의 주모자들은 5년간 1500억원 적자를 낸 KBS가 자기들에게 손을 벌리면 한 푼도 내놓을 사람들이 아니"(6.18)라거나 "KBS가 촛불을 훔쳐 특별감사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얌체 짓을 벌이고 있는 것"(6.13)이라고 비난에 열을 올렸다.

◆ 2003년엔 뭐라고 했더라? = 사실 조선일보는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내내 KBS를 일관되게 비난해왔다. 정권이 '국민의 방송'인 KBS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이 비난의 요지다. 노 전 대통령이 이른바 조중동에 대한 각을 날카롭게 세워서 그런지 조선일보는 틈날때마다 '신문개혁이 중요한게 아니라 시급한 것은 방송개혁'이라고 주장했고,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KBS를 지목해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2003년 당시 KBS 이사회가 서동구씨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제청키로 하자 조선일보가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이다. 서씨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언론고문을 맡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조선일보는 2003년 3월 24일자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라면서 "후보 시절 언론 분야를 조언했던 인사를 대통령이 된 후 KBS 사장에 임명한다면 KBS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KBS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막강한 힘이 국민을 위해 쓰이느냐 아니면 정권에 이용되느냐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했다.

조선일보 2003년 3월 24일자 사설
ⓒ 민중의소리

아울러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 고문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것은 현 정권 역시 방송을 전리품(戰利品)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고도 했다.

조선일보의 눈물겨운 투쟁 끝에 결국 서씨는 사장직에서 물러나자 조선일보는 또 한 번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4월 5일자 사설에서 "이번 인사를 그르친 것은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특보였던 서씨를 추천하는 무리수를 두어 자초한 것"이라면서 "이번처럼 권력이 직접적으로 사장 인선에 개입하면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국 최대 공영방송을 이끌 KBS사장은 대통령과 ‘코드’가 맞다는 식으로 개혁성만 앞세울 게 아니라 전문성과 경륜을 중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 2008년, YTN 사태엔 침묵 = 이처럼 조선일보의 공영방송 수호 의지는 참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라고 이해된다.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에 맞서 일관된 투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우려하고 경계해마지 않던 '정권의 방송장악',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가 진행중인데도 조선일보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 뉴스채널 YTN은 지난 5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구본홍(60) 전 MBC 보도본부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사회는 7월 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내정자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조선일보 2003년 4월 5일자 사설
ⓒ 민중의소리

문제는 구 내정자가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데다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캠프 언론특보를 맡았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방송관'에 따르면 당연히 '대통령의 사람'이 YTN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일보의 '기준'으로 따지면 당연히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

구 내정자가 사장에 임명된다면 조선일보의 우려대로 'YTN은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고, '막강한 힘이 정권에 이용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연히 조선일보로서는 평소의 신념대로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 특보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것은 현 정권 역시 방송을 전리품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고 반발했어야 옳은 일이다.

구본홍 YTN사장 내정자
ⓒ 민중의소리
그러나, 구씨가 YTN사장에 임명된 지 근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꿀 먹은 벙어리'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그 사이 방송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은 아니다. KBS 사태를 우려하고 정연주 사장을 비난하는 사설을 무려 4번이나 실었을 정도니 말이다.

◆ "이중잣대가 위기 불러" = 조선일보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 터.

박진형 PD연합회 정책국장은 이와 관련 "그러한 이중적인 보도태도가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신문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안에 따른 관점의 차이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같은 사안을 가지고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서 조선일보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각종 방송사, 언론유관기관에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부대'가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부분에 대해서 조선일보를 포함한 수구보수신문들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단히 엄청난 문제다. 그러면서 언론자유를 이야기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것, 그러면서 정연주 사장에 물러나라는 압력을 넣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주장하기 보다 정파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사설 쓰고 기사 쓴다는게 여지없이 드러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